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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장으로 취임하시고 약 9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학장으로 보낸 지난 시간에 대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36대 학장 김정은입니다. 취임 이후의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간 것 같습니다. 임기가 시작된 지난해 12월 30일부터 6개월 동안은 마음의 여유가 없을 정도로 바쁘게 달려왔습니다. 학장의 임기가 길지 않기 때문에 당면한 과제들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6개월 이내에 준비를 마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방향과 계획을 정리해 교수님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고, 그에 대해 많은 이해와 공감을 얻는 상황까지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구체화하는 작업이 앞으로 1년 조금 넘게 남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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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 이후 많은 것들이 변화했습니다. 특히 의대에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학의 미션은 교육과 연구입니다. 과거 교육은 대학 안에서 이뤄지는 칠판식 교육으로, 대학에 등록해야만 고급 지식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연구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학 교수로서 대학의 연구 시설, 연구자들과 공동으로 진행해야만 큰 연구를 할 수 있었죠. 그러나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유튜브나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일반 대중들도 쉽게 지식을 얻을 수 있고, 대학이 아니어도 연구재단에서 연구비를 따오는 등 연구 방식이 다양해졌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고전적 의미의 교육과 연구가 위기를 맞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2~3년 동안 급격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측했던 일이지만 COVID-19가 기폭제 역할을 한 셈이죠. 비대면의 효과가 커지면서 시공간을 초월한 교육과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서울대와 같이 아카데믹 수월성을 추구해왔던 조직은 큰 위기를 맞이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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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 이후 맞이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서울의대’의 정체성, 방향성에 대한 기대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서울의대가 나아갈 방향성으로 ‘서울의대답게, 대학이 중심으로, 모두 함께 멀리’라는 세 가지를 제시하셨습니다. 각 방향성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학문적 수월성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대학의 교육과 연구의 독점적인 패러다임이 약화된 상황에서 학문적 수월성만을 서울의대의 정체성으로 삼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문적 수월성 외에 ‘서울의대답게’ 이끌어 가는 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바로 아카데믹 리더십과 퍼블릭 리더십입니다.
아카데믹 리더십은 학문적 수월성과도 연계됩니다. 서울의대 교수님들은 국제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분들이 대부분이고, 학회에서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터내셔널 리더십과 소사이어티 리더십을 아카데믹 리더십 차원에서 진흥시켜야 합니다. 또한 서울의대는 국민의 신뢰를 얻는 만큼 의료, 의학적인 이슈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정론을 이야기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COVID-19가 처음 나왔을 때, 과학적이지 않고 정치적인 의견이 많아 혼란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선제적으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상황을 이끌어가는 공공의 리더십, 즉 퍼블릭 리더십이 ‘서울의대다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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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대 학생들의 리더십 함양까지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하시던데요. 어떤 리더십일까요?
과거, 정보가 한정적인 사회에서는 ‘나만 믿고 따라와’ 하는 카리스마의 리더십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사회에서는 ‘나를 따르라’보다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공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의대 학생들은 그 누구보다 치열한 경쟁을 경험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경쟁에서 진 사람을 루저 취급하고, 반대로 경쟁에서 이긴 사람에게는 승복할 줄 모르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나 현재 사회가 원하는 리더십은 포용과 승복의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공감과 소통의 리더십, 포용과 승복의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 미래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의대 학생들은 이런 리더십을 가진 사회의 리더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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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중심으로’는 대학 중심의 정체성 확보에 관한 이야기일 것 같은데요. 정확히 어떤 내용인가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주변에는 서울대학교 본부인 관악캠퍼스, 서울대학교병원 그룹 등 많은 집단이 있습니다. 제1의 단과대학인 의과대학이 중심을 잡고 앞에서 이끌어 나가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의과대학이 무엇으로 앞에서 이끌 수 있느냐는 물음이 있겠죠. 서울대 전체 2,300여 명의 교수님 중 1/4에 가까운 540명이 넘는 교수님들의 지지가 동력입니다. 이러한 지지를 바탕으로 의과대학이 먼저 의제를 이야기하고, 사안에 따라 앞서 서울대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 ‘대학이 중심으로’라는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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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인터뷰를 통해 “서울의대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없애겠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 방향성인 ‘모두 함께 멀리’에 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 우리 의과대학에는 아주 많은 다양성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의과대학 교수님들은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으로도 나뉘고, 병원의 경우 근무지가 나뉩니다. 또 성별이 다르고, 출신 대학이 다르기도 합니다. 수많은 다양성이 존재하고 있는데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은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다양성에 있어 기울어진 운동장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함께 가야 대학도 더욱 멀리 갈 수 있습니다. Diversity, Inclusion, Equity의 세 가지 가치를 의과대학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지향할 때 ‘대학이 중심으로’ ‘서울의대답게’ 나아갈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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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세 가지 방향성에 맞춰 구체적으로 서울의대 안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혹은 무엇이 변화할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첫 번째 ‘서울의대답게’라는 방향성에 맞춰 아카데믹 리더십을 고양시키기 위해 교수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8월 출범한 건강사회개발원을 중심으로 퍼블릭 오피니언 리더의 역할에 대한 제도도 만들었습니다. 최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중심으로 통합 6년제 논의가 있는데, 학생들의 공감과 소통, 포용과 승복의 리더십 함양을 위한 내용을 비교과 과정에 커리큘럼으로 담기 위해서 통합 6년제 TF를 꾸려서 구체적인 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두 번째 ‘대학이 중심으로’라는 방향성에 맞춰 서울대학교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보라매병원 원장님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씩 조찬 간담회를 하며 현안에 대해서 이해를 구하고 같이 이끌어 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의대 보직자 실무모임을 통해 대학과 병원의 공통적인 의제에 대해 공유하려고 애써왔습니다.
세 번째 ‘모두 함께 멀리’에 관해서는 특히 근무지 간, 기초와 임상 간 차이가 없도록 각 병원에서 진행하는 임상교수간담회, 기초교수간담회에 참석해 그분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비전임 임상 교원들의 교육과 연구의 가장 큰 허들이었던 대학원생 단독 지도와 의학연구원 안에서 겸무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출신별, 성별, 직급별 등에 대한 차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교수 승진이나 재임용인데, 다양성을 반영할 기준을 만들기 위해 TF를 꾸렸고 다음달이면 일차적인 초안이 나와 많은 교수님과 의견을 나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Q
약 9개월의 시간이 흐른 지금, 앞서 제시해주셨던 방향성 외에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현재의 계획도 학장 임기 내에는 모두 이행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방향성과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교수님들과 이야기하고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고자 합니다. 특히 연건캠퍼스 내의 제일 큰 문제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부족한 공간은 교수님들, 학생들의 창의적인 생각을 제약합니다. 공간 부족의 문제를 대학로 주변의 시티 캠퍼스를 통해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관악캠퍼스 내의 의과대학 연구 및 트레이닝 공간이나 새로 생기는 시흥캠퍼스를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해결하고자 합니다. 이외에도 다양성을 위한 제도 개선 등 현재 진행하고 있는 것들을 잘 마무리하고, 마무리하기 어려운 것들은 씨를 잘 뿌려 다음 학장님이 이어갈 수 있게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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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학장님께서 꿈꾸시는 앞으로의 목표, 계획 등이 궁금합니다
COVID-19로 인해 의과대학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교육과 연구의 패러다임이 바뀌었고, 학생들의 세대도 바뀌었습니다. 그렇다면 의대도 변화해야 하는데, 그 전환점이 저와 같은 젊은 학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화에 대해 고민하고 전환점에서 꺾이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교수님, 교직원분들, 학생들과 계속해서 공감하고 소통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학장이 된 첫날부터 고민했던 것은 의과대학를 끌고 갈 후속 세대의 양성입니다. 저도 학장이 되기 전, 약 8년 정도 의과대학 일을 했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겠다’라는 뚜렷한 목표와 계획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의과대학을 이끌 수 있는 후속 세대를 키우기 위해서도 노력할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