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대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미래발전위원장 강대희입니다. 앞으로 서울의대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에 대한 좌담회에 참석해 주신 여러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는 그동안 서울의대가 한국 사회와 의료계에 기여했던 점들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귀중한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 신현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연구부학장을 맡고 있는 신현우입니다. 저는 미래발전위원회에서 앞으로 서울대 연구 분야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여러 위원님과 의견을 나누고, 그것을 학교 정책에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좌담회를 통해 서울의대에 바라는 희망이나 연구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조언해주시면, 이를 여러 위원님과 의견 나누면서 학교 정책에 잘 반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손지웅

    저는 LG화학에서 생명과학사업 책임을 맡고 있는 손지웅입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미래발전위원회의 외부 의원으로, 서울의대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기존의 프레임을 벗어나는 시각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동문 중에 선도적으로 업계에 진출했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을 대신해 제가 새로운 시각과 생각을 전달해 드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김기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비전추진단 단장, 미래발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기원입니다. 의료나 의학 교육이 많이 변화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병원은 급격히 팽창하고 있고 그 사이에서 저 같은 임상교수의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의과대학에서 제도적으로 아직 소화를 못 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의과대학이 병원의 임상교수들을 어떻게 품고 대학이 중심으로 어떻게 의료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큰 그림을 그리고 실행 가능한 목표들을 함께 논의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강대희 미래발전위원회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장기적인 발전 전략을 세우고자 만들어졌습니다. 최근 의료계의 변화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습니다. 의학 연구 분야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나오고, 신약 개발도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학 교육이 그 속도를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들을 돌아보고 분석해 미래를 위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미래발전위원회의 역할입니다. 더불어 서울의대 학장님의 학교 발전에 대한 운영 계획을 분야별로 모니터링하는 역할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내부 위원과 외부 위원 총 13명으로 구성된 미래발전위원회는 매달 한 번씩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서울의대 교수와 학생의 창업부터 연구, 교육, 리더십, 국제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다음달에는 교수 승진 등 제도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학생들을 위한 리더십 특강을 3번 진행했는데, 최근 코넬대학교 학장님을 초대해 변화하고 있는 미국의 의학 교육에 대해 듣는 귀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앞으로 비전추진단과 협업하면서 서울의대의 발전을 위한 전략을 세우고, 지표를 모니터링해 필요한 내용들을 자문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서울의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손지웅 사장님께 먼저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손지웅 서울의대는 한국 의학 교육의 선도적인 리더, 그리고 중심축으로서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의료 환경에서 ‘어떻게 자원을 배분하고 교육의 방향을 설정할 것인가’는 기존의 프레임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이슈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달라지는 프레임에 적응하거나 또 다른 프레임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 의학 교육과 의사의 진료 방향을 선도하는 서울의대의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의대의 발전 방향이 단순히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을 넘어서서 사회의 리더로서 현상을 이해하고 사회에 대한 이해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역할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대희 개념적이고 총론적인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앞으로 변화하는 의료 환경에서 의학 교육도 중요하고 연구 역량 강화도 중요한데 앞으로 미래발전위원회에서 다루면 좋을 주제는 어떤 게 있습니까?

손지웅 저는 ‘경의회’라고 경계를 벗어난 의사들 모임의 회장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의대 총동창회의 한 지회인데요. 130명의 동문이 사회 각지의 비진료 전문 영역에서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법조계, 언론계 그리고 제일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이 산업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여서 이야기해보니 이 영역에 정형화된 길은 없습니다. 학생들이 뜻이 있거나 관심이 있어도 어떤 길을 제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거죠. 이런 불확실한 길에 대해 선례나 관계 등을 안내하고 조언해 줄 방법이 있었으면 합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소개와 가치를 미래발전위원회에서 잘 연결해 주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강대희 김기원 단장님은 미래발전위원회 간사이기도 하면서 비전추진단의 단장을 맡고 계시는데요. 비전추진단의 소개와 함께 미래발전위원회의 협력 포인트들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기원 눈앞에 놓인 가장 시급한 문제는 병원 임상교수와 의과대학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입니다. 임상교수들이 병원에서 교육·연구·진료 분야의 매우 주도적인 역할을 많이 하고 있는데, 대학에서는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고, 상당히 시간이 지나면서 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교수 제도 틀만으로는 임상교수들이 자기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 부분을 비전추진단과 미래발전위원회가 선도적으로 함께 논의하면서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대희 최근 THE(THE Times Higher Education) 랭킹에서 서울대학교가 국내 1등 자리를 뺏겼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미래발전위원회가 서울의대 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것에 집중해야 하는지, 연구 분야에서의 미래 발전의 현실과 미래를 조망할 수 있도록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식이 대학교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해서 더 빠르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연구, 그런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현우 교수

신현우 연구라고 하는 것이 창처럼 굉장히 뾰족해져야 하는 순간도 있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무뎌져야 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한동안 굉장히 뾰족하게 각 분야에 있는 선배 교수들이 큰 역할을 수행해 오다가, 최근에는 저변을 넓혀 양적 팽창을 하면서 여러 분야에 연구자 다양성을 확충하는 노력을 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다시금 팽창된 위치에서 모두가 뾰족하게 발전해야 하는 시기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해왔던 연구들이 실제로 혁신의 사이클을 돌리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다시 생각하고, 연구 결과들이 지식의 수준에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상용화되어 실제로 의료 현장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하는 연구로 나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또 개별 연구자들이 이를 계속 실행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요새 화두가 되고 있는 의사과학자의 필드에서 지식이나 경험, 과학자로서 끈기 있게 문제를 두드리고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 잘 조화된 인재가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더 나아가 지식이 대학교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해서 더 빠르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연구, 그런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대희 학장님도 의사과학자에 관심이 많으시고 국가적으로도 많은 사업이 있습니다. 서울의대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은 어떤 것이 있고,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계획은 무엇인가요?

신현우 서울의대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왔습니다. 초창기에는 의사로서 기초학문을 연구하는 분들이 많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전문의 또는 기초학문을 전공하신 분들이 모교에 와서 다시 교수가 되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기존의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심층적으로 개편해서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이 올해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양성사업단에서는 학부생부터 전공의, 전일제 대학원생에 이르기까지 의사과학자의 자질을 함양할 많은 기회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선순환되면 향후에는 사회가 정말 필요로 하는 의사과학자를 서울의대가 많이 배출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강대희 최근 서울의대에서 창업을 한 교수님들이 40명이 넘습니다. 예전에는 창업과 같은 일을 하거나 하라고 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지금은 굉장히 많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서울의대가 어떻게 준비하고 변신할 수 있을지, 손지웅 사장님께서 그동안 산업계에 계시면서 느꼈던 것들을 공유해 주실 수 있을까요?

손지웅 지금 산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치있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연구나 진료뿐만 아니라 보다 실질적인 치료와 진단, 여러 가지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환자를 위해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의 가치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산업 현장에서는 환자와 진료 환경에 대해 잘 몰라요. 그래서 의사가 절실합니다. 반대로 의사는 회사나 산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병리학, 약리학, 내과학은 체계적으로 배웠지만 기업을 어떻게 영속하고 투자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것들은 완전히 생소한 거죠. 그러니까 창업을 하고, 뜻을 세워 업계로 나가도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거죠. 그래서 어느 정도는 산업계에서 중요하게 느끼는 가치의 이해, 회사나 기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의과대학 교육 과정에 넣을 수는 없으니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제가 회사에 있을 때, 일렉티브 코스(elective course, 선택과목)처럼 4주 동안 회사에 와서 실습한 경험을 가지고 돌아간 친구도 있었고요. 이런 것들은 지금의 운영 폭 안에서 조금 더 활성화하거나 발전시킬 수 있는 영역이 아닌가 싶습니다.

강대희 앞서 말씀해주신 것들을 담을 수 있는 것이 교육 제도인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가능한 이른 시기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한데요. 앞으로 의학 교육 과정에서 연구 역량이나 창업 같은 과정들을 어떻게 스며들게 할 수 있을까요?

의과대학 6년을 하나로 엮어서 많은 연구를 경험한 후에 임상 필드에 나가는 식으로 기획하려는 노력도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신현우 교수

신현우 2016년 이종욱 의학교육과정으로 개편하면서 의학 연구에 관한 커리큘럼을 확대해 전 학년에 체계적으로 반영했습니다. 본과 2학년 때, 약 10주간 본인이 원하는 곳에서 관련된 연구를 계획서부터 성과를 내는 것까지 직접 수행하는 것을 다른 수업 없이 전일제로 활동하는 것들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교수님들도 굉장히 긴 기간이라 부담스러워하고 학생들도 안 해보았던 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비교적 잘 정착돼 학생들이 미리 자기가 원하는 연구를 어느 곳에서 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등 적극적입니다. 결과적으로 수준 높은 저널의 SCI 페이퍼를 학부 과정 중에 작성하는 사례도 있고, 여러 전문학회나 학술대회에서 직접 학부생으로 발표하는 기회들도 많이 얻고 있습니다. 조금 더 빠르게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연구에 노출이 되는 기회로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이런 것들이 더 확대되기 위해서, 최근 여러 통로를 통해 이야기가 나오는 것처럼 의과대학 6년을 하나로 엮어서 많은 연구를 경험한 후에 임상 필드에 나가는 식으로 기획하려는 노력도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강대희 미래발전위원회가 발족한 지 1년이 채 안 됐습니다. 그동안 상당히 많은 일을 이뤘다고 자평하고 싶습니다. 김기원 단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내년에 미래발전위원회에서 무엇을 하면 좋겠다, 앞으로 다시 한 번 서울의대의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보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김기원 많은 분들이 지적하셨지만, 의료와 산업이 변하면서 진료하는 의사가 아니어도 환자와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는데요. 이런 경험들을 하면서 드는 생각은 약간 반대 방향의 접근입니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혹은 가지게 될 기술이 많이 늘어난 거거든요. 과거가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같은 것들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 환자를 진료한다는 추상적인 사명을 지키면 되었던 시절이었다면 지금은 너무 많은 무기가 생겼습니다. 오히려 ‘환자의 수명을 10년 늘려주면서 10년간 장애를 가지고 살게 한다면 그게 옳은 일인가? 어떤 사람의 수명을 1년 더 늘리기 위해 국가 재정 10억 원을 투자하는 게 경한 환자들 진료비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가?’ 하는 고민도 같이 필요해집니다. 그래서 미래발전위원회 활동이나 여러 가지 비전에 관련한 문제에서 이루어진 고민들이 교육 제도나 의과대학의 제도적인 가변화를 수반해야 된다고 하면, 조금 더 인문학적인 고민을 함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기술의 변화 또는 사회적 변화에 대해서도 노출해야겠지만, 중심을 잘 잡기 위한 인문학적 교육에 대해서도 의과대학이 고민해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강대희 “미래는 어떤 인재를 원하는가.” 의학의 발전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융합형 인재를 원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공학을 바탕으로 하는 의학자,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의사기도 해야 하고 인공지능을 통한 의료 발전도 필요합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은 2년 후, 2024년이 되면 의학교 개학 125주년이 됩니다. 서울의대는 한국 사회와 의료계에서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역할을 제대로 돌아보고 우리 대학의 미래를 국민과 함께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의료기관으로서 발전할 수 있도록 좋은 말씀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오늘 좌담회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미래발전위원회

‘서울의대의 비전’ 좌담회를 영상으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