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대 기업을 변화시킨 한 사람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과 조직이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회장으로 부임한 사티아 나델라 회장은 처음으로 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 직원과 만나는 ‘MS Ready’ 행사에서 이 새로운 사명을 직원들과 공유했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가 처음 회사를 설립할 때 세운 사명은 “모든 가정에 PC를”이었다. 사티아 나델라 회장은 이 목표를 이루고 나서 우리에게 한동안 꿈이 없었고 그래서 방황해왔다고 하면서 새로운 사명을 제시한 것이다.
엘리트 출신의 스티브 발머 후임으로 인도 출신의 사티아 나델라 회장으로 교체되자 인재상 역시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했다. 최고 법률 오피서 ‘브레드 스미스(Brad Smith)’ 또한 사티아 나델라의 리더십을 본받아 마이크로소프트의 글로벌 법무팀을 대폭 변화시켰다. 예전에는 법무팀이 법을 해석하고 한정된 역할만 했지만, 클라우드와 AI 시대의 변화에 맞추기 위해 새로운 접근이 필요했다. 이에 브레드 스미스는 사내 변호사 모두에게 커뮤니티 리더십을 주문했다. 제조업, 헬스케어, 교육, 반도체 등 각 인더스트리별로 법률 담당자와 커뮤니티를 만들고, 알게 된 정보들을 적극 공유하도록 했다.
이런 방식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변호사들은 GDPR(유럽연합 일반개인정보보호법)과 같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법의 변화를 공유하고, 트렌드 및 각종 판례와 케이스를 고객의 입장이 되어 나누는 데 앞장서고 있다. 또한 기술의 사회공헌, 전 지구를 위한 AI(AI for Earth), 지속가능성, 탄소 배출과 같은 환경문제 등 단순히 한 기업의 이익을 넘어 인류를 위한 정책을 만들어가고 있다.법무팀뿐만이 아니다. 함께 공부하고 커뮤니티 리더가 되어 나누는 것에 대한 중요성은 마이크로소프트 전반에 흐르는 변화가 되었다. 즉, 커뮤니티 리더가 사티아 나델라가 생각하는, 마이크로소프트에 꼭 필요한 최고의 인재상인 것이다. 실제로 사티아 나델라가 취임한 이후에 커뮤니티 리더인 마이크로소프트 MVP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하는 비율이 현저히 높아졌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리눅스를 사랑한다고?
사티아 나델라 회장은 제품을 만드는 프로세스도 대폭 바꾸었다. 외부 피드백에 수시로 반응하며 제품을 만들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변화를 토대로 주력 제품도 바꾸었다. 윈도우와 오피스 대신 클라우드 서비스(cloud service)인 애저(Azure)를 주력 제품으로 올려놓은 것이다. 그의 클라우드에 대한 편애는 정말 과하다 싶을 정도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든 서비스와 제품에서 윈도우에 대한 의존도를 완전히 허물어 버렸다. 스티브 발머가 못 잡아먹어 으르렁 대던 윈도우의 경쟁 제품인 리눅스(Linux)에 ‘마이크로소프트는 리눅스를 사랑한다(Microsoft loves Linux)’는 메시지를 보내며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그동안 적대하고 무시하던 오픈소스뿐 아니라 구글과 애플 등 경쟁사에도 활짝 문을 열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점하고 빠르게 세계를 장악해 가고 있던 아마존의 AWS (Amazon Web Service)가 있었기 때문이다. 구글과 애플이 잘하고 있는 모바일 시장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들어갔던 상황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정말 천지개벽할 정도로 혁신적이고 훌륭한 서비스를 만들어야만,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 1위인 AWS를 제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IT 셀럽 리더 스캇 구스리의 활약
이런 상황에서 사티아 나델라는 스캇 구스리(Scott Guthrie)를 CVP(Chief Vice President)로 임명하고 클라우드 서비스와 이후 AI(인공지능)까지 중책을 맡겼다. 스캇 구스리는 16만 명이 넘는 트위터 팔로우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IT 커뮤니티 리더이다. 특히 애저 담당 중역이 된 초반에 그는 자신이 즐기는 레드 셔츠를 입고 전 세계 커뮤니티를 돌며 ‘레드 셔츠 투어’를 할 정도로 커뮤니티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는 클라우드 기술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 팀의 중역들과 함께 참석하여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듣고 바로 제품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자신의 트위터, 오프라인 커뮤니티 모임, 심지어 전 세계 MVP들이 제품 담당자에게 피드백을 보내는 메일링 리스트도 직접 챙긴다.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거대 기업에서 핵심 제품을 맡고 있는 중역이 피드백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이니 그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오죽하겠는가? 직원들은 수시로 외부 환경을 살피고, 제품 출시도 그에 맞추어 실시간으로 진행한다.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다른 기업이 못한 경험을 내부에 축적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독려한다. 또한 더 많이 외부에서 듣고, 흐름을 파악하려 애쓰고, 변화를 위해 그동안 관행처럼 행하던 모든 것을 과감히 버린다. 커뮤니티와 함께 정말 놀랍도록 빠르게 변화하고 혁신하는 모습으로 변화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위대한’ 리더십
CEO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거대 기업이 변화했다. 하지만 그 CEO는 단지 뛰어난 성과만을 강조하는 리더가 아니었다. 늘 공부하는 문화를 기업 곳곳에 심는 리더였다. 공감하는 리더십이 있는 사람을 요직에 배치하고, 직원 한명 한명이 포용력과 다양성을 생활화하도록 열과 성을 다하는 리더였다. 그리고 외부 커뮤니티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제품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도록 하는 리더였다. 사티아 나델라야 말로 커뮤니티 리더십이 충만한 사람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적 같은 재기, 마이크로소프트 시가총액 1위의 비밀이 바로 커뮤니티 리더십에 있다.
직업상 나는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 덕분에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하고 있는 다양한 IT 전문 인력을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 부류는 목표지향형의 사람들이다. 어떤 특정 기술이나 자격증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여 목표를 이룰 때까지 최선을 다하지만 소기의 목표에 이르고 나면 당장의 성과에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두 번째 부류는 타고난 학습자인 자아개발자 유형이다. 새로운 지식에 대한 욕구도 충만하여 늘 신간 서적을 살펴보고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매일매일 열심을 다한다.
하지만 내가 눈여겨보며 집중하는 사람은 세 번째 부류의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도 앞의 두 부류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공부한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자신이 공부한 것을 어떤 형태로든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려고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블로그로 친절하게 설명한다든지,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다든지, 더 나아가 같은 내용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모아 커뮤니티를 만들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강의를 하기도 한다.

또한 유익한 정보는 트위터든 페이스북이든 SNS를 통해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 바지런을 떤다. 그 정보를 본 사람들이 고마워하거나 질문을 하면 이들은 더 기운을 낸다. 이들은 오랜 노하우를 엮어 책을 쓰거나, 관련 도서를 번역하기도 한다.
바로 이런 세 번째 부류의 사람들을 우리는 커뮤니티 리더라 부르고 나와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사람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기 위해 조심스럽게 그러나 쉼 없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엔 마이크로소프트뿐 아니라,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IT 리더 회사들이 하나같이 커뮤니티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팀을 전 세계에 두고 있고, 이러한 리더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